다문화 다국적 선수들이 빚어낼 ‘평창 코리아’

평창의 봄이 어느덧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삼수’ 끝에 유치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개막 2년을 앞두고 대회별 운영능력을 점검하는 총 28차례의 테스트 이벤트들도 하나둘 시작됐다. 국내외에서는 겨울스포츠 시즌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대표선수들의 잇따른 선전이 ‘2018년 2월’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그중 평창이라는 키워드를 구심점으로 다문화 다국적 대표선수들이 새바람을 몰고오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한국인의 피를 따라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은 다문화 가정 출신 선수들과 올림피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2의 국적을 찾는 귀화선수들이 많아져 평창의 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지가 관심을 끈다.

가장 먼저 김마그너스가 유럽 설원에서 일으킨 태극돌풍부터 뜨거운 시선을 모은다. 부산이 고향인 김마그너스는 태극 헤어밴드를 두르고 아버지의 나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펼쳐진 동계유스올림픽 남자 스키 크로스컨트리에서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동계체전 4관왕을 차지했던 기대주.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어머니의 나라 국적으로 국제스키연맹에 등록한 그가 한국스키 사상 성인, 청소년 통틀어 올림픽 무대 1호 금메달을 안긴 것이다.

유스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최다 메달리스트(금 2, 은 1)로서 종합 2위(금 10)를 이끈 뒤 바로 루마니아로 건너가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도 메달행진을 이어가며 한국 노르딕스키의 뉴에이스로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사이클, 축구, 스케이트 등으로 다져진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기량 향상이 빨라 평창에서는 상위권 도전이 기대된다. 그로서는 2022년 베이징올림픽 대도약까지 내다본 코리안 드림이다.

스키를 신고 설원을 질주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달리 점프대와 장애물을 통과하며 현란한 공중회전 기술을 겨루는 프리스타일 스키에서는 돌도 되기 전에 미국으로 입양된 이미현이 성년이 되던 지난해 12월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펜실베이니아에서 재클린 글로리아 클링으로 살다가 입양되기 전 기관에 맡긴 기록 상의 이름으로 평창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감독은 같은 입양아 출신으로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모굴 동메달을 따냈던 토비 도슨. 비록 도슨은 미국대표로 메달을 따냈지만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버리지 않고 평창올림픽 유치에도 힘을 보탰고 이제는 현장에서 제자들의 평창 드림을 지휘한다.

비록 지난 17일 테스트 이벤트인 월드컵 직전 부상을 당해 한국여자 대표선수로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평창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다면 세계랭킹 60위에서 빠르게 도약해 베이징올림픽까지 겨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재미동포 클로이 김이 미국 국적을 택해 지난 15일 유스올림픽에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획득한 터라 이미현이 도전하는 평창 하늘의 공중곡예는 그만큼 의미 있게 다가온다.

리투아니아 동포 김레베카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서 러시아의 키릴 미노프와 한국 국적으로 호흡을 맞춰 평창의 화려한 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귀화하는 다국적 선수들은 더욱 많아졌다. 한국 동계스포츠의 새 트렌드가 될 성 싶다.

2011년 국적법 개정으로 ‘체육분야 우수인재 특별귀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스포츠의 귀화 프로세스는 한결 간편해졌다. 체육단체의 신청이 대한체육회장의 추천을 거쳐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된다.

2011년 이를 통해 대만에서 귀화했던 공상정이 2014년 소치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 귀화선수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성공을 거뒀다.

귀화의 힘은 2014년 소치올림픽 개최국 러시아가 ‘귀화군단’의 위세를 앞세워 20년 만에 종합 1위를 탈환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국적을 바꿔 8년 만의 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 위업을 이룬 빅토르 안(안현수)과 각각 러시아인 배우자와 결혼을 통해 새 국적을 얻은 미국 출신 남자 스노보드 2관왕 빅 와이드, 우크라이나 출신 여자 피겨스케이팅 2관왕 타티아나 볼로소자 등 귀화선수 3명이 러시아 전체 13개 금메달 수확 증 절반에 기여했던 것이다.

2월 6일~7일 첫 테스트이벤트가 치러진 정선 알파인 경기장.(사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한국은 이같은 금메달을 위한 맞춤전략이 아니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단기적으로는 불모지 수준은 탈피할 정도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동계스포츠의 균형 발전의 지렛대 효과를 기대하면서 특별귀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뒤늦게 개최국 자동진출권을 확보해 사상 최초로 올림픽 링크에 서는 남자 아이스하키는 이미 미국의 마이크 테스트위드와 캐나다의 브락 라던스키, 브라이언 영, 마이클 스위프트 등 4명을 귀화시킨 데 이어 추가로 미국의 에릭 리건과 캐나다의 맷 달튼의 귀화를 신청해놓고 있다.

이들 6명은 2월 유로 챌린지에서 세계강호 노르웨이, 덴마크를 상대로 각각 2골차 패배로 선전할 만큼 전력 향상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 나가노올림픽 개최국 일본이 귀화로 확보한 ‘7인의 사무라이’로 불리는 복수국적의 북미 선수들을 앞세워 1무4패로 선전했던 것을 벤치마킹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도 우려했던 사상 최악의 ‘동네북’ 신세를 면하기 위한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귀화를 추진한 것이다.

사격과 스키를 결합한 바이애슬론 종목에서는 러시아 남녀 선수의 특별귀화를 추진 중이다. 2010년 올림픽에서 4,6위에 오른 뒤 출산을 위해 소치올림픽을 건너뛰었던 안나 프롤리나와 지도자를 잃는 바람에 훈련 기회조차 찾기 어려워진 기대주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가 그들이다.

이들 다국적 귀화 선수들은 개최국의 경기력 수준을 담보할만한 안전판이면서도 대표팀 내의 경쟁을 유도할 메기효과도 낳고 나아가 저변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종목별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은 나라에서 경쟁관문을 넘어서지 못해 다른 나라로 떠나 올림피아드 출전의 꿈을 이어가는 추세는 금세기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국선수들의 ‘국기를 바꾼 올림피안 드림’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계주 금메달리스트 최민경은 국내 선발전에서 밀린 뒤 프랑스의 제의를 받고 2006년 올림픽 출전을 이어갔다. 엄혜랑-혜련 자매와 김하늘은 금메달보다 선발전이 더 어려운 한국 양궁 현실에서 활로를 찾아 각각 일본, 호주대표로 2008년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제 한국 사회도, 한국 스포츠도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최근 들어 국가와 민족에 대한 시각이 많이 유연해졌다. 백의민족으로 묶인 순혈주의의 빗장이 빠르게 풀리고 있다.

스포츠에선 2006년 지구촌 단일경기 최대잔치인 미식축구 슈퍼볼에서 MVP를 받은 한국계 혼혈선수 하인즈 워드의 눈물겨운 성공신화가 ‘하프 코리안’에 대한 편견을 바꿔놓은 분기점이 됐다.

뒤이어 국내에서 파벌에 채이고 차별에 멍든 채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보다 부활을 위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나라를 선택해야 했던 안현수의 가슴 시린 부활스토리는 우리 스포츠의 민낯을 되돌아보게 한 전환점이 됐다.

빙상을 제외하곤 동계스포츠의 변방인 한국이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다문화 다국적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취약한 종목의 도약을 꾀하고자 하는 노력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하계올림픽 스포츠 종목에 비해 절대적으로 시설과 환경이 열악하고 인재도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전력 향상은 기대하기 힘들기에 ‘포스트 올림픽’에 방점을 찍어야 할 일이다. 평창올림픽에선 슬라이딩센터, 스노경기장, 아이스아레나 등 6개 경기장이 신설된다. 이 시설들은 올림픽 뒤에 제대로 활용돼야 성공한 올림픽이 된다.

그 환경에서 더 많은 이들이 즐기게 되면 동계스포츠 문화가 한 단계 높아지게 된다. 국제경쟁력이 향상돼 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국제대회가 치러진다면 동계스포츠 산업의 지평도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김기훈-전이경 키즈’들이 21세기 한국 쇼트트랙을 지탱해왔다면 ‘김연아 키즈’들은 2022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한국 피겨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정부와 체육회, 각 동계스포츠단체들이 ‘평창 프로젝트’를 통해 투자를 넓히고 있지만 단시일 내에 메달권 진입을 바라볼 수 없는 동계 종목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문화 다국적 인재들이라도 마중물이 돼야 한다.

그들이 평창의 설원과 빙판에서 감동과 희망을 불러일으킬 열정의 도전을 이어간다면 ‘올림픽 레거시’는 더욱 풍성해지게 될 것이다.

김마그너스는 유스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인터뷰에서 2018 평창올림픽에 대한 자신의 미션과 기대감을 이렇게 밝혔다.

“한국에는 ‘붐(boom)’이라는 게 있다. 어떤 것에 붐이 일어나면 모든 사람이 관심을 쏟는다. 한국에서는 크로스컨트리에 대한 시설이나 조건, 관심 어느 것 하나 충분하지 못하다. 나의 성공으로 한국에서 크로스컨트리 붐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다“

다문화 다국적 선수들이 어울려 빚어낼 ‘평창 코리아’의 유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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