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피겨 사대륙선수권] 한국 아이스댄스, 크게 도약하다

▲2016 종합선수권에서 김레베카, 키릴 미노프 ⓒ Sung, Dae-woo

대만에서의 사대륙선수권 둘째날,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가 열렸다. 민유라-겜린 조가 최종 8위, 이호정-감강인 조가 10위, 김레베카-키릴 미노프 조가 11위에 오르며 한국 아이스댄스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아이스댄스 세 팀의 경쟁과 민유라-겜린의 약진

1그룹에 출전한 김레베카-키릴 미노프 조는 기술점 44.03, 구성점 33.97, 프리 78.00점으로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려 최종 122.69점으로 11위를 기록했다. 스텝 레벨 3을 제외한 모든 요소에서 최고 레벨을 받으며 높은 기초점을 얻었다. 쇼트에서의 실수로 프리 첫 그룹을 배정받아 구성점이 다소 내려갔지만, 명실공히 한국 아이스댄스의 기둥이며 국제대회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 세계선수권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길 바란다.

 

2그룹에서는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와 이호정-감강인 조가 연이어 선보였다. 민유라-겜린 조는 이번 대회를 통해 단번에 한국 아이스댄스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기술점 45.32, 구성점 37.87, 프리 83.19점, 총점 138.42점으로 개인 최고기록을 무려 20점가량 올렸을 뿐 아니라 ISU 공인대회 한국 아이스댄스 최고점을 경신하며 8위에 등극한 것. 신채점제 이후 ISU 시니어 챔피언십에서 최고 순위다. 함께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각자 스케이팅 경력이 많고 시즌 초부터 여러 대회 경험을 쌓으며 일취월장한 호흡과 연기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점수로 연결됐다.

▲2016 종합선수권에서 민유라, 알렉산더 겜린 ⓒ Sung, Dae-woo

이호정-감강인 조는 기술점 43.74, 구성점 37.07로 80.81점을 받아 프리 9위, 총점 128.27점으로 최종 10위에 올랐다. 이 팀이 빙판에서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열정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싱글만 타던 두 선수가 전혀 생소한 아이스댄스로 전향해 화려한 시니어 국제대회 데뷔를 치르기까지 겨우 2년. 이들은 정말 혼신을 다해 연기를 펼쳐보였다. 실력도 호흡도 그 열정만큼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로써 한국 대표팀 모두 프리에서도 세계선수권 최소 기술점을 통과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팀은 내달 주니어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2016 종합선수권에서 이호정, 감강인 ⓒ Sung, Dae-woo

세 팀은 훈련 거점도 순서대로 러시아, 미국, 캐나다로 다르고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김레베카-미노프 조는 가장 오래 함께한 만큼 관록이 엿보이는 팀으로 탄탄한 기술과 호흡을 자랑한다. 민유라-겜린 조는 각자 다른 파트너와 오래 호흡을 맞춰 왔는데, 이번 시즌 서로 가장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 물 흐르듯 유려한 스케이팅을 선보였다. 이호정-감강인 조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양 선수 모두 싱글 출신으로 아이스댄스 경험이 전무한데도, 단 두 시즌만에 큰 발전을 이루고 있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화려한 리프트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한 달 간격으로 세 팀이 경쟁한 랭킹대회, 종합선수권, 그리고 사대륙선수권에서의 결과가 모두 상이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프리 댄스 점수를 보면 알 수 있듯, 현재 이들의 기량 차이는 크게 나지 않으며 앞으로 평창 올림픽까지 2년 간의 대회 하나하나가 더없이 중요할 것이다. 다음 시즌 본격적으로 세 팀이 함께 경쟁하며 성장할 일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한국 아이스댄스의 희망, 연맹은 무관심

2006년 남매 팀이었던 김혜민-김민우 조를 마지막으로 아예 명맥이 끊겼던 한국 아이스댄스는 2013년 김레베카-미노프 조의 등장을 기점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대륙선수권에서 2014년 민유라-콜레토 10위, 2015년 김레베카-미노프 9위에 이어 올해에는 민유라-겜린의 8위까지 한 계단씩 올랐을 뿐 아니라, 최초로 세 팀이 출전해 나란히 8,10,11위로 선전하며 새 역사를 썼다. 단 한 번도 두 팀조차 나간 적이 없던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이들은 한국 아이스댄스의 위상과 저변을 넓혀 줄 더없이 소중한 팀들이다.

그러나 아이스댄스와 페어는 국가대표를 뽑지도 않을 뿐더러 이호정-감강인 조를 제외한 두 팀만이 올림픽팀에 올라 있다. 게다가 김레베카-미노프 조는 네 시즌째 국내 1인자를 지켜 왔는데도, 평창 올림픽을 불과 2년 앞두고 귀화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 혼성 종목은 양 선수의 국적이 다를 경우 한 선수의 국적으로 출전이 가능하지만 올림픽의 경우 국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출전할 수 없다. 민유라-겜린, 페어의 지민지-레프테리스 조 역시 마찬가지다.

파트너를 찾느라 고생했던 민유라 선수도 얼마 전 캘리포니아 교육 주간지의 인터뷰에서 ‘정말 잘 맞는 파트너를 찾아서 연맹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너무 비협조적이었고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메일 답장조차 잘 오지 않았다는 것. 페어도, 아이스댄스도 연맹의 철저한 무관심 때문에 좋은 팀들이 해체되고 유망주들이 포기한 사례가 많다. 현재 세 팀씩 꾸려진 상황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 출전권을 또다시 박탈당했는데도 항의하기는커녕 숨기기에 급급한 빙상연맹. 정말 선수들을 위해 올림픽을 치를 의사가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자동 출전권은 페어와 아이스댄스 트라이아웃의 ‘공약’이었다. 싱글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택한 유망주들, 그리고 파트너가 된 외국 선수들 모두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선수들이 자력으로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더라도, 자동 출전권은 명백히 다시 찾아와야 할 권리이자 의무다. 연맹 측에서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신경쓰지 않는데 한국 피겨가 승승장구하기만을 바랄 수 있을까. 좋은 선수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지금, 평창 올림픽과 그 이후의 한국 피겨를 위해 가장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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